안녕하세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블로그 기자단 최보은입니다. 오늘은 이스라엘의 유월절인 페사흐에 대해 여러분께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1. 페사흐(פסח, Pessah)란?
페사흐는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를 벗어난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유월절이라고도 하며 오순절, 초막절과 함께 유대교의 3절기 중 하나입니다. 유월절은 유대력으로 니싼월 15일(3월 말에서 4월 사이)에 시작 되며, 7일 동안을 명절로 보냅니다. 유월절의 첫째 날과 마지막 날은 ‘욤 토브’ (좋은 날)라고 부르며 이 날은 공휴일로 지정하고, 특이하게도 중간의 5일 동안은 ‘홀 하 모에드’(중간의 날들)라고 부르며 일 하는 날로 허용하고 있답니다.
유월절을 지내는 방법은 하가다라고 불리는 유대 율법서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날 저녁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히브리어로 ‘쎄데르’(순서, 질서의 의미)라고 부르는 유월절 만찬을 갖는다고 합니다. 만찬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 되는데, 마치 한국에서 추석이나 설날에 차례를 지낼 때 일정한 순서가 있듯이 ‘쎄데르’ 또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고 합니다.
2. 페사흐 유래
히브리어로 페사흐는 지나치다 혹은 넘어간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데요. 페사흐의 유래는 구약성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구약 성서에 따르면 하느님은 이집트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불쌍히 여겨 이집트에 재앙을 내렸는데, 그 재앙은 사람과 가축에게서 처음 난 것(장자)은 모두 재앙을 받아 죽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 이스라엘인들은 모세의 지시를 받고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라 죽음의 천사가 집에 재앙을 내리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게 되었고, 페사흐는 이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절기로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느님의 은혜로 재앙을 피하고 이집트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3. 페사흐 준비 과정
페사흐를 맞기 전 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하메쯔’(효모)를 없애는 집안 청소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준비를 하는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급히 떠나면서 빵을 부풀릴 시간이 없었던 것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메쯔’는 이스라엘의 5대 곡식인 밀, 호밀, 보리, 귀리, 스펠트밀에 다 들어있으며 인공적으로 또는 자연적으로 발효된 곡식을 통칭 부르는 말입니다. 따라서 페사흐 쎄데르가 있는 날 정오까지 하메쯔를 모두 집안에서 없애는 것이 페사흐 절기를 지키는 기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명절 기간 동안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일까? 의문이 드실 텐데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페사흐 기간에 ‘마쪼트’라는 빵을 먹는 다고 합니다. 이는 하메쯔를 물에 넣고 18분 이내에 완전히 삶아 효모가 운동하지 않도록 한 뒤 오직 물과 순수한 밀가루로만 반죽을 하여 18분 이내에 불에 넣고 구워 낸 빵입니다. 이 빵은 고대에는 직경 30센티미터의 원형이었으나 오늘날은 10인치 정도인 정사각형으로 얇은 비스켓처럼 만들어 먹는다고 하네요. 또한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는데요 맡쪼트는 경건한 성인 남성들이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준비 과정이 끝나면 페사흐 전날 저녁까지 장자들은 식사를 하고, 페사흐 때는 금식을 하게 됩니다. 이는 이집트에서 수 많은 장자들이 죽을 때 하느님의 은혜로 살아난 이스라엘의 장자들이 먹고, 마시고, 즐긴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장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만 페사흐 저녁에 모여 먹고 마시며 구원의 기쁨을 나누고 하느님을 찬양한다고 합니다.
3. 페사흐 세데르와 음식
유월절 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월절에 어린양의 정강이 뼈, 삶은 달걀, 쓴 나물, 양상추, 소금물, 하로셋 등 총 여섯 가지의 특별한 음식들을 준비합니다.
이 음식 각각에는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고충과 그 고충을 잊지 않기 위한 의미가 담겨 있답니다.
쓴 나물을 먹는 것은 이집트의 노예 생활과 고역을 기억하기 위함이며, 하로셋은 사과를 으깨거나 호두나 잣 등을 으깬 것을 꿀이나 포도주 등을 붓고 계피 등을 섞어 만든 한국의 고추장과 비슷한 양념장 입니다. 하로셋의 색은 진흙색과 비슷한데 이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진흙으로 벽돌을 굽던 노예 생활을 기억하기 위해 쓴 나물을 하로셋에 찍어 먹는다고 합니다. 어린양의 정강이 뼈와 삶은 달걀을 먹는 것은 제 2성전이 파괴된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들은 이 음식을 먹으며 성전에서 행하던 희생 제사를 기억합니다. 소금물 역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흘렸던 눈물을 상징하며 마지막으로 양상추는 봄이 왔다는 의미로 생명을 상징하며 이스라엘 백성의 기쁨과 축복을 의미합니다.
여섯 가지 음식들과 함께 앞에서 언급하였던 페사흐 음식 중 가장 중요한 맡쪼트 역시 준비 되는데요. 맡쪼트는 보통 세개를 포개어 접시에 올려 놓고 먹기 전까지 냅킨으로 덮어 놓습니다.
4. 페사흐의 식사 순서
페사흐 식사는 하가다(히브리어로 된 부활절 축제 전기집) 에 적힌 순서대로 단계별로 진행 됩니다. 보통 가장이 식사를 인도하며, 앞에서 소개드린 음식들 외에 시편이 들어 있는 성경책, 찬송가나 페사흐 노래집, 포도주와 포도주 잔, 축제용 촛대, 꽃과 꽃병, 손 씻을 물과 물잔, 어린이용 출애굽 그림이 그려진 색칠하기 책, 크레용, 페사흐 하가다를 준비합니다.
식사의 순서는 크게 이스라엘의 과거, 현재,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데, 과거의 고난과 슬픔을 기억하며, 현재의 축복을 감사하고, 미래의 소망을 기원하는 순서입니다.
전식 에서는 가장 먼저 가장이 첫번째 컵에 포도주를 따르고, 쎄데르에 적혀있는 축복 문을 낭송함으로서 식사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유월절이 온 것을 축복합니다.
(1) 과거를 회상하며
유월절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질문을 하고 아버지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하게 됩니다. 이는 유월절 식사 중 가장 중요한 절차인데요. 이러한 절차를 따르는 이유는 출애굽 사건을 재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사람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계승 한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열 가지 재앙에 대한 관습입니다. 아버지가 이집트에 내려졌던 열 가지 재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식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재앙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약간의 포도주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준비된 그릇에 뱉어냅니다. 이와 같은 전통 덕분에 어린아이들에게도 유월절이 어려운 명절이 아닌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된다고 하네요.
(2) 현재를 축복하며
앞에서 소개드린 6가지 유월절 음식과 더불어 맡쪼트를 먹는데, 가장 먼저 쓴 나물을 달콤한 하로셋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이 전통 이라고 합니다. 이는 과거에는 고통스러운 노예 생활을 하였지만 현재는 달콤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맡쪼트 사이에 이 쓴 나물을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데, 이 샌드위치를 ‘힐렐 샌드위치’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맛있는 메인 디쉬전에 쓰고 맛없는 음식을 먼저 먹는데 이렇게 함으로서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겪었든 고충을 떠올리고 간접적으로 체험한다고 하네요.
(3) 미래를 바라보며
식사가 끝나면 인도자는 준비된 엘리야의 컵에 포도주를 채워 넣습니다. 여기서 엘리야는 메시아의 재림을 알리는 사람이며,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고 메시아가 도래하기를 소망하는 의식입니다. 그 다음 식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 만나자” 라고 말하고 모든 유월절 식사 의식을 끝내게 됩니다. 더 자세한 유월절에 대한 정보는 참고 자료에 표기된 문화원 사이트에 기재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명절 중 하나인 유월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명절에 먹고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과거를 잊지 않고 회상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원하는 이스라엘의 전통이 있다는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다가오는 유월절에 여러분도 이스라엘 친구들과 함께 명절을 준비하며 이스라엘의 전통을 체험해 보는 거 어떨까요?